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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흥청망청과 성실의 사이매일 2021. 6. 29. 23:47
일요일엔 토익을 봤다.
제대로 준비도 안 했으면서 막상 보려니까 떨렸다. 일요일 꼭두새벽(8시)부터 일어나 남의 중학교에서 수능 본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생긴 수험번호를 받아 보자니 웃겼다. 근데 LC 어려워서 차게 식음… 전날 받은 고득점만 믿고 드디어 좀 들리나보다 내일 가면 잘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RC는 모… 평소대로 봤어요…
날씨가 너무 좋아서 걸어갈까 싶었는데 머리 벗겨질까봐 버스 타고 귀가했다. 나름 즐거웠지만 두 번 보고 싶진 않음; 다음에 보는 토익은 취업용 갱신이길 간절히 바란다.
월요일에 잡혀있던 과외가 학생 어린이의 코로나 자가격리로 2주간 미뤄졌다. 창아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날이기도 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낮부터 만나서 놀걸… 도덕성 잃어버린 색각이 머릿속에 가득해 유빵이가 얼른 낫길 바라는 바른 마음으로 고쳐먹기로 했다.
갑자기 비가 오지게 오기 시작했다. 이 날씨에 나가야 되는 걸가… 현타가 올 뻔했다. 빗줄기가 엄청나게 굵은데 천둥까지 쳤다. 엄마가 지구 깨진 거 아니냐고 했다. 지구 깨짐… 묘하게 웃기다 ㅎㅢ희희ㅣ… 다행히 금방 그쳤다.
은혜가 준 당근쿠키는 존맛이었다. 참고로 내가 유일하게 안(못)먹는 채소가 당근이다. 은혜가 우리를 위해 당근쿠키를 구웠다며 나눠줄 때 나는 동공을 오지게 흔들었다. 은혜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당근을 못(안) 먹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근데 김은혜가 내가 당근을 싫어한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초코쿠키 대신 당근 쿠키를 구웠다고 한다. 진짜 미첬나… 어쩌면 난 사실 친구가 없는 걸지도 모름… 근데 당근 맛은 전혀 안 난다고 해서 먹어보니 진짜 안 났다. 당근 오지게 들어간 당근쿠키에서 당근 맛이 안 남… 이것도 좀 웃기네. 암튼 덕분에 난생 처음 당근쿠키를 먹어보았다.
인생네컷을 찍었는데 사진기가 우리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오지게 빠르게 찍어대서 망하는 바람에 컨셉을 정하고 다시 찍었다. 컨셉은 진이를 패는 것. 그래서 첫 컷에는 진이의 목을 조르고 있고 두 번째에는 진이에게 주먹질을 하고 있으며 세 번째에는 진이를 찌르고 있고 마지막 컷에는 진이가 없다. 아이 즐거워.
즐거운 시간을……. 김은혜는 다음 날도 약속이 있댔고 나는 다음 날 병원 외래 진료가 있어서 자제하며 마시려고 했다. 어느 지점부터 급발진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정신 차려보면 병이 늘어있고… 늘어있고… 화장실 다녀오면 늘어있고… 남자친구가 생긴 진이에게 있는 조롱 없는 조롱을 다 하며 무척 신이 났다.
뭐가 웃겼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겁나 웃겨서 미친 듯이 웃으며 다 함께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근데 이진이 못 내려서 마지막까지 웃겼음… 나는 내가 꽤 멀쩡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고 취한 애들이랑 있다가 안 취한 사람(엄마)을 만나니까 좀 부끄러웠다… 그래도 화장 잘 지우고 렌즈 잘 빼고 잘 잤음. 엄마가 침대 머리맡에 삼다수를 놔줬는데 새벽에 깨서 마시자니 이게 물인지 술인지 토닉워턴지…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다음 날 서울대병원 가요! 진짜 미친놈임… 누가 외래진료 전날 술을 마셔요…
서울대 병원은 왜 갔냐면 나의 선천성 멜라닌 모반 그러니까 귀 뒤 털 난 점에 대해 진찰을 받으러. 이게 피부암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전 제거를 할 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을 지에 대해 설명을 듣고 그냥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기로 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병원은 무섭다.
점에서부터 파생되는 암은 피부암 중 최악(이라는 단어밖에 생각 안 남)이라셨다. 무섭… 하지만 내가 가진 점의 종류는 암 발생률이 1%도 안 된다고 하셨으니 전 그냥 귀 자를 바에는 검진 받을래요… 겁쟁이에게는 달리 선택권이 없다. 구구절절 쓰고 있는 이유는 무서워서. 귀를 자르는 것도 무섭고 암 발생의 가능성을 달고 사는 것도 무섭다. 나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했던 점이 아주 계륵이다.
뭐든 깊게 생각하고자 하면 걱정만 한가득이다. 나쁘게 생각하지 말자! 맛있는 걸 먹을 생각을 하면서 병원을 나왔는데 비 옴… 어이없어… 우산이 없었기에 진료설명서 같은 종이를 뒤집어 쓰고 막국수를 먹으러 갔다.
중국어 공부를 위해 치아문 정주행을 시작했다. 공부 맞음. 단어도 외우고 있는데 정말 재미 없고… 재미 없다. 하지만 의미 있는 방학을 보내기 위해 오늘도 흥청망청에 약간의 성실을 더해본다.'매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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