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초코 라 초코 떼매일 2021. 6. 22. 21:32
오늘은 아침부터 뭔가 대차게 꼬이기 시작했다.
시리얼을 먹으려고 했는데 시리얼 박스가 사라짐. 한참을 찾다가 결국 찾지 못해서 새 시리얼을 뜯었는데 알고보니 우유도 없었다. 썅… 그래서 초코우유나 마셨다. 엄마가 구운 계란을 줬다. 감사합니다…
두 시 반에는 별내동 미술학원에 알바 면접이 있었다. 근데 그 전에도 무척 화가 났다. 열 두 시 반에 꼭 밥을 먹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엄마가 열 두 시 반에 요리를 시작한 것. 약간 씅질 씅질을 부렸는데 10분만에 먹게 해줘서 좀 부끄러웠음. 그리고 폭찹스테이크 개존맛…… 기껏 씅질 냈는데 잘 먹었다고 칭찬 받았다.
무튼 그렇게 어렵게 미술학원에 도착했다. 열심히 면접을 보고 분위기가 몹시 좋았으나 내일부터 수업 나오라는 말씀을 하실 때까지도 급여 얘기를 안 해주셨다. 결국엔 내가 급여에 대해 먼저 여쭸다. 최저로 주신댔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걸 수도 있는데 이미 과외 시급을 맛 봐 버린 나에게 최저는 턱 없이 부족한 급여인지라…. 결국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나왔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이고… 이 더운 날 별내까지 와서 나 뭐하니…
던킨을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가 마침 간식 타임인데 잘 됐다며 같이 도넛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러던 와중에 과외는 시급이 인상됐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거나 잘 하자……
하루종일 생리통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거렸다. 그냥 늘어져서 잠이나 자고 싶었다. 어림도 없지. 평창동 어린이와 마지막 수업을 하러 가야했다.
우빵이가 매 수업마다 하기 싫다며 화를 내고 나에게 물건을 집어 던지고 드러눕고 책상을 발로 차지 않았다면 나는 우빵이와 오래오래 수업을 하고 싶었다. 뭐 결론적으로 우빵이는 그런 행동을 했고 난 수업을 관뒀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라니 기분이 맹맹했다.
어떤 날은 집에 가라고 발로 차고, 마지막 날은 아쉽다고 울상이고. 참으로 순간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여덟 살이로구나.
오늘은 갑자기 쎄쎄쎄에 꽂혀서 틈만 나면 쎄쎄쎄를 하쟀다.
초코초코 랄라
초코초코 떼떼
초코 라
초코 떼
초코 라 떼
구령에 맞춰서 쎄쎄쎄를 한다. 처음엔 이게 뭔.. 싶은데 이게 또 은근 중독성이 있음.
지난 주에는 미쳤나 돌았나 빨랫줄에 걸려뿟나를 버릇처럼 달고 다니던 우빵이 오늘은 어디서 오지다를 배워와서 선생님 오지게 어려워요 아 오지게 힘드네를 연발한다. 무지개로 바꿔보는건 어떻냐고 제안했는데 거절당했다. 오지게는 여덟 살이 쓰기에 좀 이른 감이 있지 않나 싶은데.. 뭐 하고싶은대로 하렴.
선생님 가지 마세요. 이제 가면 영영 못 보잖아요. 다음에 다시 와달라고 하면 오는 거예요?
뼈문과 우빵이 말은 너무 잘 한다. 야야 그러면 나한테 물건 집어 던지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지 그랬어… 괜히 마음이 약해진다.
사실 어차피 기억은 미화되니까 다 잊어버리고 저 말만 기억날 것 같다. 내가 관둬놓고 혼자 또 먹먹하고 그럼.. 북치고 장구친다. 어려서 한 행동이니까 받아들이진 못 해도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절대 아프지 말고 잘 커서 욕하고 물건 집어 던지는 어른은 되지 말길.
겨울에는 수업이 끝나면 깜깜해져 있어서 주택들 사이 언덕을 내려가며 조금 무서웠다. 혼자 하나도 안 무섭다 하나도 안 무섭다!! 를 외치며 걸어 내려가던 길이 마지막인게 아쉬워서 찍음. 오늘은 걸어가는 내내 초코초코 라라 초코초코 떼떼 초코 라 초코 떼 초코 라 떼 .
우빵이 허락하에 피아노 치는 모습 찍었는데 뭔 카카오 티비를 통해 올리래서 못 올렸다. 박자도 음도 엉망진창 진짜 귀여운디.. 나만 보지 모.
할 말이 이렇게 많을 수가 있나. 어이없음.. 뭐라고 끝내야 할지. 우빵이 피아니스트 꼭 되길(장래희망임).'매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흥청망청과 성실의 사이 (0) 2021.06.29 5. 밥 해드립니다 (0) 2021.06.26 4. 보쌈 (0) 2021.06.25 3. 오늘의 그냥 (0) 2021.06.23 1. 내다 (0) 2021.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