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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한 겨울 밤의 꿈히효 여행 2022. 12. 31. 22:40
마지막 장거리 비행이 언제였더라. 시간을 거슬러 열 두살. 그렇게나 오랜만에 멀리 나가는 해외여행이었다. 중국에서 한국 왔다갔다 한 건 안 치고 좀좀따리 일본 간 것도 비행 시간이 두 시간을 넘지 않으니 말이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건 안타깝지만… 그래서 기록하고 싶지 않았지만. 즐거웠던 시간은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겨두기 위해 기록한다. 한 겨울 밤의 꿈 같았던 독일의 메리크리스마스를!
프랑크푸르트Wasteland가 너무 많아서 놀라웠던 비행. 스푸파와 바스타즈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 영화를 보다보니 약간 독일에 정떨,, 어쩌면 그래서 파리가 더 기대됐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너무너무너무 재미있었음.
홉트 반 호프는 중앙역이라는 뜻인데 하도 기차여행을 하다보니 독어로 중앙역이라는 단어를 다 외웠다.
뉘른베르크저 감자 뭉쳐놓은 걸 포테이토 덤플링이라고 하는데 쫀득쫀득하고 맛있었다. 한국 가면 생각날 것 같았는데 벌써 먹고싶다.
이때까지만해도 독일사람들은 앉은 자리에서 웨이터를 불러 계산을 한 다는 걸 모르고 계산하는 곳 같아 보이는 입구에서 서성이며 누가 계산 도와주기를 기다렸다. 아무도 안 오길래 걍 먹튀하라는 건가 싶었음. 그 와중에 독일인 할아버지가 부산에 갔었다며 말을 걸어왔고 안녕하세요로 인사했다.
로텐부르크두 번이나 환승을 해 로텐부르크에 도착했다.
옛날에는 오른쪽 저 작은 구멍에다 총을 대고 쐈겠지 싶었는데 진짜였다.
따뜻하고자 썼는데 독일 날씨는 하나도 춥지 않아서 비 피하는 용도로 쓰게 된… 눈을 자꾸 가리는게 재밌어서 저러고 찍은 사진이 많다.
볼 빨간거 필터 아니고 엄마가 잘 어울린다고 더 바르라는 말에 힘입어 블러셔 오지게 바른 모습이다.
절에서 향 피우던 버릇 어디 안 감.
로텐부르크가 테디베어와 슈니발렌이 유명하다 했던가. 아무튼 꼭 가봐야 한대서 갔던 테디베어 가게는 무서운 아주머니가 운영하고 있었다. 애기엄마에게 당장 나가라고 하는 걸 본 엄마가 무서우니 빨리 나가자고 했음… 그래서 이것저것 만져보다 바로 중단하고 나갔다.
화이트 트리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아닐지도,,, 산타할아버지도 여기서 쇼핑을 한다는 로텐부르크 크리스마스 가게. 굽이굽이 안쪽이 엄청나게 넓은 가게였고 입구의 트리가 너무 예뻤다. 별로 살 수 있는 건 없어서 스노우볼 하나랑 이모 줄 식탁 시트(맞나,,?)를 한 장 샀다. 볼게 많고 예뻤는데 오오오지게 비쌌던.
무슨 여행 초반부터 선물을 사냐고 넘어가기엔 너무 예뻐서 사버린 선물은 원랜온리 기프트가 되었어요 ㅎㅋ… 이모가 좋아해주어 기뻤다. 너무 예뻐서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그냥 골목골목이 다 예뻤던 것 같다.
동화책들이 너무 예뻤다. 우리나라랑은 다른 형태들도 많았고 그림체가 올드한 것부터 비교적 최근 책처럼 보이는 것들까지 다양했다. 동화책에 관심이 많아 사고싶었은데 무겁고 읽을 줄을 몰라 사지 않았다.
로텐부르크에서 좋은 기억이 많아요. 그래서 로텐에서 찍은 사진이 가장 많다. 아마 이 사진이 마지막 사진일텐데, 너무 예쁘다.
전 날 뉘른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산 머그컵에는 뉘른베르크라는 문구가 없다고 엄마가 너무 구박해서 메리크리스마스 뉘른베르크라고 적힌 머그컵을 샀다. 근데 얘가 더 예쁜 것 같다 하핫
문득 든 생각. 독일엔 이렇게 길거리 버스킹하던 산타들이 많았는데 어린이들의 동심은 어떻게 지켜질지. 나처럼 저 사람은 가짜 산타고 찐 산타는 볼 수 없다고 믿으며 자라려나 싶었다.
기대가 커서 그랬나. 뉘른을 떠나는게 너무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사진으로 담으려고 애썼는데 아이폰11은 담지 못했음… 그래서 머릿속에 담으려고 열심히 봐뒀다.
뮌헨아홉살 때 책 [뮌헨으로 가는 길]을 읽은 뒤로부터 쭉 가고싶었던 뮌헨에 드디어 갑니다.
뮌헨에서 간 호텔이 아트호텔이었는데 벽마다 걸려있는 그림도 너무 예뻤고 방 문마다 유명인들이 그려져 있었다. 사진은 없지만 우리는 마이클젝슨 방이었다.
뮌헨에 가자마자 한 일은 다하우 수용소 가기. 해 질 무렾 수용소에 간 건 정말 지릴 뻔한 경험이었어요. 용기가 없어 화장터에는 가지 못했다.
말 해 뭐해. 마음이 아팠고… 기분 좋으라고 간 곳은 아니지만 어쨌든 기분이 좋지 않았다. 너무 말도 안 되게 컸다.맛있어보여서 산 과잔데 진짜 노맛..,
뮌헨 메인 광장에 있던 신시청사는 오래 돼서 그런 건지 군데군데 까맣게 탄 듯한 흔적이 밤에 보니 무서웠다.
퓌센개웃긴 썰… 약 20분을 등산해서 만난 노이슈반슈타인성은 정말 옛날 성같고 크고 예뻐서 엄마랑 나는 감탄하고 있었다. 근데 같이 등반한 중국인들이 뒤에서 작게 太少了… 라고 하는 것. 개웃김… 당신들에게는 동네 절도 저것보다는 클테니 인정해요… 사람 보는 관점이 이렇게나 다르다.
엄마가 필터 가득 넣어 찍어준 사진.
노이슈반슈타인 성 앞에서 경복궁놀이를 했다. 저기가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성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고 해서 엄마,, 나 여기서 잠들었던 기억이 나. 했더니 엄마가 극혐했음.조용하고 엄청나게 깨끗했던 알펜호수 주변을 산책했다. 자연 냄새는 유럽이나 한국이나 별반 다를게 없었다.
이 날 진짜 피곤했는데 뮌헨으로 돌아가서 또 성당엘 갔었네.
인종차별인지 뭔지 암튼 개빡쳤던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해질녘에 본 신시청사는 예뻤다. 밤에는 으스스했는데 지는 해를 받아서 금색이었어.
크리스마스 마켓은 크리스마스 이브 오전까지만 하고 문을 닫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에 뚝딱뚝딱 철거한다. 한국인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음. 어차피 당일에 철거할 거면 그것도 일인데 그냥 당일까지 분위기 내고 26일에 철거하면 안되까요…?…?
크리스마스에는 여유롭게 뮌헨에 있는 성당들을 다 돌아다니며 초를 켰다. 초무새.마지막 초를 켠 성당에서는 메모도 적을 수 있어 메모를 적고.
그리고 그냥 나와서 기분좋게 숙소로 돌아갔어야했다. 하필 동네에서 작게 연 스케이트장을 발견해버려… 타다가 엄마가 넘어져 손목이 나가버렸다. 그렇게 그 뒤로 있던 파리와 영국여행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 이야기.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어이없는 엔딩. 독일에서의 메리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이렇게 끝입니다. 벌써 올 해의 마지막 날인데, 내년에는 모쪼록 이것보다는 다치는 일이 없길 바라며.
마지막까지 사건 사고 많았던 2022년 안녕! 프랑스에는 여름에 또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히효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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