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방학의 끝

하. 나 이제 개강이다. 진짜 어이없네.

방학 길다 생각했는데(실제로 길기도 했음;) 막상 끝난다니까 마냥 붙잡고 싶은 나의… 소중한 방학… 그래도 괜찮다. 김민지랑 김은혜가 나보다 먼저 개강하니까.

8월은 정말 내내 칩거생활을 했다. 몸에서 버섯이 자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근데 개강을 한다니까 갑자기 막주에 줄줄이 약속이 생기고, 그래서 막판 스퍼트를 내는 것마냥 여기 저기 돌아다녔다.

근데 쓰다보니 나 약간… 죽으면 성주신 되지 않을까. 나처럼 보금자리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 홈 스윗 홈…

다음 학기에는 한국화 꼬옥 들으면 되

22일엔 아시아프에서 스테프로 일하는 은헤를 보러 갔다. 전시도 볼 겸 은헤도 볼 겸 근데 전시 대관 장소가 생각보다 굉장히 컸고. 1층을 다 보고 2층을 볼 때까지도 은혜는 없었다. 한참을 굽이굽이 들어가자 드디어 은혜를 만남. 기뻐하는 나에게 은헤는 고추가 가득한 마간도를 보여줬다. 장난하나. 나에게 고추밭에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강하게 어필했는데 다행히 거절하는 내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 지금도 생각나네 마간도… 사진은 숭해서 안 찍음.

진이가 찍어준 스태프 은헤와 관객 주현. 근데 나 포즈만 보면 당장이라도 그림 한 점 살 것 같네. 주머니에 이백만원이 없어 사지 못 했다.

진이와 전시를 다 보고 나오는데 출구에 여성과 남성 주요부위 조각상이 있었다. 인모를 사용했다고 함…… 진짜 현대미술을 담기엔 내가 아직 너무 좁고 작구나……

진이와 피자를 먹었다. 진이는 정말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멋있다. 나는 성주신인데. 피자는 정말 맛있었고 홍대는 사람이 많았다. 몇 주 만의 첫 외출인데 조금 빡셌다.

하 참나ㅠ

중간에 귀여운 우리 집 개 좀 보고 가. 정말 귀엽지 않니. 내 눈에만 귀여운 거니. 아주 깔꼼하고 뽀송하고 그래 보이진 않지만 꼬질한 귀여움인걸…

24일에는 은헤와 일러스트페어에 갔다. 우선 점심부터 먹었는데 감튀 조오온맛! 레몬맥주라는 말에 혹해 낮술을 했다. 근데 레몬은 디피용이었다. 레몬 맛 안 남. 김은혜는 내가 세 모금 마셨다고 했는데 참나 반은 마셨다.

…….

무슨 미래도시마냥… 방역을 위해 비닐장갑을 끼고 입장했다. 땀 차고 지갑 열어서 돈 꺼내야 되는데 jonna 불편하고. 그랬음.

서일페나 서디페는 정말 눈 돌아가게 볼 거리가 많다. 올 해는 뭘 거의 안 샀다. 근데 7000원 주고 산 저 빈티지 디즈니 포스터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한 오 조 오 억 번 고민하고 샀다. 좀만 더 고민했으면 은헤한테 한 대 맞았을 지도.

시간이 애매해 일찍 헤어지고 집에 와서 쉑쉑을 먹었다.

27일엔 햄짱과 째니를 만나 훠궈를 먹었다. 사진 못 찍는 거 나도 알어… 째니와는 졸업식 이후로 처음 만났다. 우리가 기억하는 우리의 고삼 시절은… 그냥 많이 자고 또 잤다 그 정도…

하 참 사진 못찍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인스타 라방을 통한 망돌 체험기ㅠ 정말 즐겁다. 한 시간 반 동안 얘기만 했나. 더 놀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강제로 헤어졌다.

나 되게 최선을 다 해 웃고 있었음.

집에 와서 땅이랑 산책하는데 갑자기 달이 엄청 노랗고 큰겨… 하지만 당연히 아이폰11으로는 담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햄스터짤 배틀을 하게 되는데…

듣기 싫을 때는 이 짤을 쓰면 유용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간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이제 개강인데 하긴 뭘 해. 보고 싶은 사람이 많다. 요즘엔 보기 싫은 사람이 없다. 그것만으로도 좋은겨… 개강 한 달만 미루면 더 좋을텐데 말이야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