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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과거의 나에게. 나대지마라매일 2021. 11. 4. 00:57
죽겠어요. 너무너무 힘들어요. 2학기 수강신청하던 8월의 주팽이에게 해주고싶은 말이 있어요. 주팽아, 나대지마.
규진어스님 글인데 이거 너무 공감되잖니. 요즘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최애캐 안녕을 보며 내가 봤던 웹툰 주인공들이 나올 때마다 너무 반갑다. 제일 궁금한게 윤아윤성인데 잘들 지내니.
어제 햄짱이랑 만나서 한 얘기이기도 한데 살다보면 문득 어디서 봤거나 누가 해준 말들이 메아리처럼 들릴 때가 있다. 주로 영화 대사, 웹툰 대사, 책에서 본 글, 엄마가 해준 말, 포타 글귀(…)가 생각난다. 아 포타 부끄러워하지 말자 현대예술임…
암튼 나에게 자주 들려오는 말 중 하나는 [어서오세요 305호에]에서 나를 방방 울게 했던 대사. 이런 인생도 있는거야.
근데 저 대사 웹툰 속에서는 절망 대사이긴 한데. 이 대사가 들리면 마음이 무섭게 편안해 지기도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짓더라도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무섭고 슬프면서도 한 번에 마음을 강하게 해주는 대사인 것 같다.
뭐 이렇게 길게 쓰지. 결혼식 에피소드 한 번 더 보고 왔는데 나 또 우네… 정말 족같아. 정말정말 족같아. 그런 의미에서 설이랑 윤아랑 안녕최애캐 나와줄 생각 없을까. 잘 지내니?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할로윈을 맞아 어린이들과 과자집을 만들었다. 내가 더 신난 것 같긴 한데 ㅎㅎ… 분기별로 이런 이벤트를 해주면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귀엽다. 연말이 되니까 이 꼬꼬마들이 한 살 더 먹는다는게 신기하다. 어 물론 나도 한 살 더 먹음. 어이없어…
월요일엔 햄짱을 만났다. 우리는 만나서 카페 가고 저녁 먹고 칵테일 마셨다. 먹기만 했다는 뜻임.
뜬금없긴 한데 나 요즘 내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 아마 안경 벗은 얼굴에 익숙하지 않은 듯. 그렇다고 눈이 단추구멍만해지는 안경을 쓰고 다닐 수도 없고 좀 그래.
햄짱과 여러 얘기를 했다. 과제에 밤 새고 또 밤 새고 그렇다고 제대로 해내지도 못하고 있던 와중에 오랜만에 즐거웠다. 빡침 포인트와 풍자 센스가 맞는 사람이 진짜 잘 맞는 거라는데 그런 부분에서 우리는 아마 서로의 손과 발이지 않을까. 한창 염세적이다가도 내가 잘났지 응 우리 잘났어 하는 우리를 보면 나는 종종 그냥 니 생각이 내 생각이고 내 생각이 니 생각인 것 같다.벌써 가을의 마지막 달이다. 어느새 낙엽이 발에 차인다. 아주 시간이 훅훅 간다. 올 해는 정말 정신없이 갔다. 후루룩 학교 입학하고 후루룩 중간고사 보고 눈 깜빡하니 종강해서 침대에 좀 누워 있으니 개강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5주만 있으면 1학년 끝, 곧 스물 두 살.
말이 되냐고. 나 지난주까지만 해도 열 두 살이었는데.나의 선택에 오지고 지리게 후회하고 있는 요즘이다. 노 제여보는 선택에 후회를 남기지 않는댔는데 저는 여보를 좋아하지만 여보가 될 수는 없기에 후회해요. 19학점만 들을걸 그랬어요. 쉬발.
이게 뭐지.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은 나머지 몇 마리 토끼를 놓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난 완벽한 22학점을 원했지 이런 얼레벌에 대충 메꾸고 때우는 22학점을 원한게 아닌데.
아이고 벅차다 벅차…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내가 내 손으로 만든 22학점 사회… 잘 하자. 제발.
확실히 재수 전보다 많이 아주 많이 줄긴 했지만 때때로 우울이 밀려온다. 어린 나의 우울은 더 어린 날들에서 오는 것 같다. 잘 좀 지내봐 과거의 주팽아. 과거의 나에게 새로운 짐을 얹어준다.
내 감정은 결국 나만의 책임이라고. 내가 들여다봐야 할 나의 숙제라고.
과거의 기억들로부터 미래를 함부로 어림잡아 미리 두려워하지 말자. 후! 하! 허! 힙한 미대생 아직 멀었지만 씩씩한 미대생이 되자~!!!!~!